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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계절 산문 | 박준 시인 | 달 출판사

by 김태리 Taeri 2022. 1. 5.

<계절 산문> 박준 시인,  달 출판사


서점에서 박준 시인의 책을 볼 때마다
제목에 매료되어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눈과 마음이 계속해서 머물러 있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인의 글은 너무나 부드럽고 말랑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쥐고 놓지 않는 그런 힘이 있다.

계절 산문은 박준 작가의 새로운 산문집이다.

‘살아가면서 좋아지는 일들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대단하게 좋은 일이든, 아니면 오늘 늘어놓은 것처럼 사소하게 좋은 일이든 말입니다. 이렇듯 좋은 것들과 함께라면 저는 은근슬쩍 스스로를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일단 나는 박준 시인의 문장을 좋아한다.
그의 책을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그 안에 들어있는
문장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거대해서,
문장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산문 책이지만 시를 읽는 것처럼 여백이 많다.
덕분에 빠르게 읽을 수는 있지만 가볍게 읽히진 않는다.

나는 빵보다 떡을 좋아한다.
아주 어릴때부터 그랬다.
단건 싫고 달달한게 좋다고.

어른들은 그게 뭐가 다르냐 물었고 난 답하지 못했지만.

빵은 너무 달아서 싫었고,
구운 가래떡은 꿀에 잔뜩 찍어 먹는 게 달달해서 좋았다.

박준 시인은 떡이 싫지만
떡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내가 싫어하는 단 것과 내가 좋아하는 달달함을
알아줄 수 있는 어른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사랑은 이 세상에
나만큼 복잡한 사람이
그리고 나만큼 귀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새로 배우는 일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할까
궁금하곤 했다.

그리고 그 정의가 내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이
나와 평생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박준 시인에겐 사랑이란 이런 것이었다.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 해도
나를 움추러들게 하는 조언을 싫어했다.

그러나 그런 조언 안에도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면박을 위한 표현은 내게 상처 줄 자격조차 없단 배움도.

‘하나의 기왓장에 가족이 서로 다른 필체로 자신의 이름을 적으며 행복이나 화목 같은 말들을 적는 것이 보통이지요. 그 글자들을 하나하나 눈에 넣으며, 사람의 바람과 희망에는 이미 자신이 이루어낸 것들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한 아주 기본 소양에는 관찰력이 있다.
아주 작아서 남들에겐 잘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잘 보고, 새로운 걸 발견하고, 글로 녹여낼 수 있는 것.

박준 시인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글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네가 바다 좋아하잖아. 나는 너 좋아하고.’

사실 이 문장에 반해 이 책을 구입했다.
그렇게 기대하며 산 책은
한 문장 문장 실망없이 감탄하며 읽기 충분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1년이 지났다.
나이 한 살이 더 추가되고,
이제부터 1년간은 2022년이란 새로운 숫자를 써야 한다.

새해가 시작되며 많은 사람들이 신년 계획을 세우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나간 2021년과의 완전한 작별이다.

박준 시인 혹은 박준 작가의 ‘계절 산문’을 통해
작년 나의 사계절은 따스했는지, 추웠는지,
혹은 너무 아프진 않았는지 되새겨보며
2021년과 끝맺음 인사를 제대로 하고 나면
2022년엔 자연스레 새로운 사계절이 찾아올 것이다.


내가 감성에 젖은 글들을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이 책 한 권을 건네 보는 것도
(짱) 좋을 것 같다.

‘사람은 좋아하는 이에게 좋아하는 것을 건네는 법이니까요.’ -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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