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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리움 미술관 < 기획전ㅣ인간 - 일곱 개의 질문 >

by 김태리 Taeri 2021. 11. 11.

이태원에 있는 리움 미술관에 다녀왔다.
< 인간 - 일곱 개의 질문 >

전시 제목에 보이는 것 처럼 ‘인간’을 주제로 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을 나누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얻어가며 전시를 보면 좋을 것 같다.

입장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
진짜 사람이 누워있는 것 처럼
눈썹, 콧털, 수염이 한올한올이 살아 숨쉰다.

얼굴의 뒤로 가면 빈 껍데기인 모습으로 작품이 마무리 되어있다.

모든 인간은 가면을 쓰고 있다는 작가의 기획 의도…
오디오 도슨트가 없었다면 몰랐겠지. ^^
(오디오 도슨트는 신분증을 맡기면 대여해주는데
도슨트와 함께 차근차근 둘러보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작품의 크기와 입체감 덕분에
압도되는 느낌 +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런 작품이다.
전시의 순서를 기획하고 위치를 선정하는 일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느껴졌다.

인간하면 빼 먹을 수 없는 몸에 대한 키워드.
철학적인 측면에서 몸은 그림자에 불과한 존재지만
이곳에서 사람의 몸은 시대를 보여준다.

영상은 머물고 봐야 하는 매체라 그런가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영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처럼 작품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싶은 분들에겐
오디오 도슨트를 적극 장려합니다.

작가와 짧은 작품 소개를 읽은 뒤 작품을 보며 해설을 들었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해설도 들으려면 정신이 아주 없어짐.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흘러나오는 bgm도 껐다.

좋아했던 교양 수업에서 미학에 대해 배운 이후로
‘압도되는 크기’ 자체가 인간에게 숭고함이란 강렬한 감정을 주고
그로 인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이상적인 세계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잔인한 세계 역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누군가에 의해 이렇게, 또 누군가에 의해 저렇게
가 아닌
나에 의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되는 세계.

착한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는 세계가 아니라
한 사람이 착하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그런 세계.

이런 세계에 우린 살고 있고 우린 그런 인간이다.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것은 수없이 많다.
여러 누군가의 모습을 보며 알 수 있는 전쟁의 두려움.
그리고 인간을 이렇게 만든 것이 인간이라는 잔인함.

살 밖으로 비춰보이는 뼈와 근육의 모양, 몸의 곡선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어릴 땐 미술을 배우는 사람들이 누드화를 그리고
사람의 신체를 공부하는 것에 이유를 몰랐다.

이젠 인간 신체에 대해 아는 것이 미술의 기초같다.
선 하나를 수백번씩 그려내며 연습하는 것처럼.

안 찍을 수 없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거울에 내가 비춰서 다른 각도로 찍어볼까 싶은 순간
오디오 도슨트에서
거울을 통해 관객의 모습이 보이게 했다는 말이 들려나왔고..ㅎ
역시 의도하지 않은 것 하나 없구나ㅎ

대학을 다니면서 교양 시간에 알게된 데미안 허스트.

중간고사로 그의 작품 중 상어를 전시한 작품을 보며
이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없는가를 적어내는게 시험이었다.

나의 생각을 써내려가는 것이
중간고사가 될 수 있다는게 참 좋았다.

전쟁을 나서는 용사. 어딘가 기괴한 모습. 뒤틀어진 몸.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의 모습을 차근차근 뜯어보는데
오른 손엔 악기가 쥐어져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인간이 되어도 놓치지 못하는 어떠한 것.

가장 현재를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됐던 ‘모두의 방’

혐오 편견 차별…이 심해진 시대라고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수면 위로 드러난 시대라고 생각된다.
과격한 때가 지나고 나야 평화로운 시대가 오지 않을까
지금은 더 나은 세대를 위해 지나치는 과정이고.

많이들 부딪혀보세요 많이 아프지만 않게.

맨 몸으로, 장난감 칼을 들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서있는 작가.

벗은 여자의 몸, 회색 양말, 장난감 칼, 무료한듯 보이는 표정.
어느 하나 조화로울 게 없다.

우리가 단어만 들으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벗은 여자’의 성적인 모습,
‘칼’의 잔인한 모습들을
더이상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어주는 작품.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자세히 보세요. 모든 곳에 그녀가 있습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오면 볼 수 있는 인공물과 인간몸의 전시.
미래, 어쩌면 현재이기도 한.

비디오 아트 창시자 백남준 작가님의 작품이다.
로봇 K-456

전시회를 오기 전 최대한 전시회에 대한 정보를
미리 보고 오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영화 스포 당하는 느낌)
상상도 하지 않고 있던
데미안 허스트, 백남준, 니키리 등 반가운 예술가들의
대단한 작품을 만나 배로 즐길 수 있었다.

BTS 뷔도 다녀간 전시회.
중간 사심 껴넣기.

전시회 안할 땐 어떻게 보관하나-
그런 생각 저만 했나요.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소름이 돋았던 작품.

얼굴 아래에 놓인 이 담배꽁초는 왼쪽 사진 길목에서 발견 됐다.
그리고 이 담배꽁초에서 채취한 DNA(단 하나)를 통해
담배를 피운 사람의 얼굴을 복원해냈다.

바로 이렇게.


어쩌면 해괴망측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이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습이라는 게..

인간의 신체로 우리가 살아온, 사는, 살아갈 시대를 표현한 전시회.

이런 전시회가 무료라니,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만족스럽고 풍족했다.

예약이 가득 차서 가기 힘들지만 꼭 도전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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