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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숭고하다ㅣ교양 '창의적 글쓰기' 비평문

by 김태리 Taeri 2021. 11. 7.

담배는 숭고하다

나쁜 담배를 찾는 이유

창의적 글쓰기 문화 예술 현상 비평문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기를 마신 남성이 딸 아이를 안아 들자 아이의 폐는 검게 변한다. 가게로 한 여성이 들어온다. 후두암 한 갑을 달라고 하자 점원이 담배를 준다. 한 남성의 목에 동전 크기만 한 구멍이 나 있다. 남자는 그 구멍을 통해 담배를 피운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 장면들은 모두 금연 광고 속 흡연자들의 모습이다. 국가에서는 국민의 금연을 위해 혐오스러운 사진을 담뱃갑에 넣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잔인한 사진을 가릴 수 있게 제작된 담배 케이스의 판매율도 높아졌다. 흡연자들은 옮겨 담아서라도 피운다는 뜻이다.

담배는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그리고 금연 광고는 대부분 자극적으로 만들어진다. 자극적으로 금연 광고를 하고, 담배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담배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담배는 숭고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철학자인 칸트는 부정적인 경험, 충격, 죽음 등 순간순간의 형태들을 포함하는 심미적 만족을 일컬어 숭고라고 표현했다. 작가 리처드 클라인담배는 숭고하다라는 제목으로 담배 문화에 대해 종합적으로 비평하는 책을 냈다. 여기서 작가는 칸트의 숭고함과 담배를 엮어 이야기한다. 이 책은 흡연을 장려하지도, 금연을 권유하지도 않는다. 그저 담배가 독이고, 칸트의 말을 빌려 이 부정성은 숭고함의 조건이라고 한다. 또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유해성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유해성 때문에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담배를 잔인하고 혐오스럽게 표현하는 금연 광고는 효과가 있을까?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반드시 따라온다. 담배를 위협적으로 묘사한 금연 광고들은 담배의 숭고함을 더 키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이 행동과 정서를 규정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인간의 본능을 삶의 본능 에로스와 죽음의 본능 타나토스로 나누었다. 죽음의 본능은 파괴의 본능이라고도 불리는데, 생물체가 무생물로 환원하려는 본능이다. 그래서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자신을 파괴하고 처벌한다. 금연 광고는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서 이 죽음의 본능을 자극한다.

201812월에는 담뱃갑 그림이 더 흉측하고 잔인하게 전면 수정되었다. 초반에는 흡연율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듯했으나 변경 전과 후 전체 담배 판매량은 별 차이가 없었다.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금연 광고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되진 않는다는 뜻이다. 흡연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경각심을 깨우는 금연 광고보다 금연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광고를 접했을 때 흡연자들의 금연 의향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자극적이기만 한 충격요법이 계속되면 흡연자들은 점차 금연 광고의 메시지 자체를 거부하게 된다.

 

흡연자들은 숭고한 매력에 담배를 피운다. 그리고 잔인한 금연 광고는 담배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이 담배의 숭고함을 더 키워주기도 한다. 흡연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제는 광고에 단순히 위협성만 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숭고의 완성은 불쾌한 감정을 해결하는 것에 있다. 담배는 숭고하다. 남을 배려하는 마지막 담배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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